거래는 한산한데, 왜 신고가가 나올까요?
매물은 마르는데, 값은 오릅니다. 보통은 거래가 줄면 가격도 흔들립니다. 그런데 이번 5월 강남에서는 정반대 장면이 나왔습니다. 왜일까요.
한국부동산원 5월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31% 올랐습니다. 3주 연속 상승폭을 키운 올해 최고 수준이고, 강남 0.20%·서초 0.26%·송파 0.38%로 강남3구가 모두 오름폭을 넓혔습니다. 특히 서초는 한 주 전 0.17%에서 0.26%로 가속폭이 가장 컸습니다.
같은 시기 거래는 오히려 마르고 있습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5월 9일 종료되며 절세 매물이 회수됐고, 서울 아파트 매물은 중과 직전 대비 며칠 만에 약 5천 건, 7%가량 줄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지역별 온도차입니다. 외곽은 매물이 두 자릿수로 빠졌는데(구로 -17.7%·강북 -16.0%), 강남은 -2.5%에 그쳤습니다. 마르는 시장에서도 강남은 덜 마릅니다.
제도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5월 초 서울시는 강남·서초 일대와 잠실·삼성·대치·청담 주요 재건축 단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1년 더 연장했습니다. 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 의무가 따라붙어 갭매수 통로가 막히고, 거래는 묶이되 매물은 더 깊이 잠깁니다.
여기서 통념 하나를 뒤집어야 합니다. "거래가 줄면 가격도 빠진다"는 생각입니다. 일반론으로는 맞지만, 최상급지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장면이 아닙니다. 미국도 2024년 기존주택 거래가 406만 건으로 1995년 이후 가장 적었고, 2025년까지 30년 만의 최저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중위 거래가격은 사상 최고를 거듭 갈아치웠습니다. 낮은 고정금리로 대출을 잠가둔 집주인들이 팔지 않으면서 매물이 마른 결과입니다. 매물을 잠그는 빗장이 한국은 세제와 허가제, 미국은 금리로 다를 뿐, 매물이 잠기면 거래가 줄어도 값은 버틴다는 구조는 같습니다.
같은 사례를 세 기둥과 보유 감당 문턱으로 나눠 보면 이유가 또렷해집니다.
첫째, 입지 내구성. 이번 장면의 핵심 축입니다. 공급이 구조적으로 끊긴 권역은 파는 쪽이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매물이 희소하니 거래량이 줄어도 호가가 내려가지 않고, 어쩌다 성사되는 한 건이 직전 최고가를 끌어올립니다. 강남이 외곽보다 덜 마른다는 자치구별 온도차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거래 한산과 신고가의 공존은 약세가 아니라, 입지 내구성이 만들어내는 전형적인 무늬입니다.
둘째, 현재 실거주 가치. 그 신고가가 어떤 매물에서 나오는지가 중요합니다. 완성된 최신 단지의 신고가는 두꺼운 실거주 수요가 받쳐, 한산한 장에서도 매수 대기가 끊기지 않습니다. 반면 노후 단지의 한 건 신고가는 지금 살기 좋아서가 아니라 재건축 기대에 기댄 가격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셋째, 미래 수요 동력. 신고가가 재건축 기대가 큰 단지에 몰린다면, 그것은 현재 가치보다 미래 동력이 앞당겨 반영된 신호입니다. 압구정 4구역이 시공사를 확정하고 인접 구역의 선정이 이어지며 미래 최상급 신축의 윤곽이 또렷해진 지금, 그 기대는 한층 선명해졌습니다. 다만 이것은 더 오른다는 예측이 아니라, 수요가 현재 거주에 쌓이는지 미래 구조에 쌓이는지를 구분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세 기둥 앞에 보유 감당 문턱이 있습니다. 한 건의 신고가를 시세로 받아들이고 추격해 들어가면, 공시가와 보유세가 함께 뛴 올해는 보유비용도 같이 올라탑니다. 강남3구 공시가격은 24.7% 올랐고, 6월 1일이 그해 보유세를 가르는 과세기준일입니다. 좋은 자리라도 버티는 비용을 넘지 못하면, 값이 아니라 보유에서 흔들립니다.
거래가 마른 자리의 신고가는 약세 신호가 아니라, 희소성이 값을 떠받치는 입지 내구성의 증거입니다. 다만 그 한 건이 지금의 거주가 만든 값인지, 미래의 기대가 만든 값인지는 반드시 가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신고가가 거주가 떠받친 값이고 어떤 신고가가 기대가 선반영된 값인지는 무엇으로 가릴까요. 권역과 평형대별로 거래량과 신고가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같은 표에 올리면, 갈리는 지점이 보입니다. 그 분해는 다음 호에서 한 단지씩 이어가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반호 리서치를 받아보세요
기본 뉴스레터는 앞으로도 무료입니다.
무료로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