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는 삼성, 압구정은 현대. 그럼 신축은 더 귀해질까요?
수요가 가격을 만든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최상급지에서 값을 더 깊게 떠받치는 쪽은 종종 반대편, 공급입니다. 지난 한 달, 강남에서 그 공급의 지도가 한 번 더 좁아졌습니다.
압구정3구역은 5월 25일 총회에서 시공사로 현대건설을 가결했습니다. 찬성률 89%, 공사비 5조 5,610억 원으로 국내 정비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이고, 최고 65층·5,175가구로 윤곽이 잡혔습니다. 인접한 압구정5구역도 현대건설이 가져갔습니다. 같은 시기 신반포 19·25차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습니다(49층 7개 동, 616가구). 반포는 삼성, 압구정은 현대. 한강 라인 미래 신축의 1군 브랜드 구도가 양강으로 정리됐습니다.
값의 기준선도 함께 올라갑니다. 신반포22차는 공사비가 3.3㎡당 1,300만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에서 논의되고, 시공사가 제시한 일반분양가는 3.3㎡당 최저 8,500만 원 선으로 알려졌습니다(확정 분양가·청약 일정은 아직 공개 전입니다). 인근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약 5,000가구, 2027~28년 입주)도 평당 7,000만 원 이상이 거론됩니다. 새로 지어질 신축의 출발 가격 자체가 한 단을 올라서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숫자가 더 붙습니다. 2026년 서울 입주 물량 가운데 정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7%입니다. 새 아파트를 만들 통로가 사실상 재건축·재개발 하나로 좁아졌다는 뜻이고, 정비사업은 동의·시공사 선정·이주·착공·준공까지 길게는 십수 년이 걸립니다. 공급의 통로가 가늘어진 자리에서, 이미 완성된 상급지 신축은 시간이 갈수록 대체하기 어려워집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장면이 아닙니다. 미국도 2025년 단독주택 착공이 한 해 7% 줄었고, 전체 주택 공급은 필요 물량보다 약 400만 호 부족한 상태로 재고가 넉 달치 수준까지 얇아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럭셔리 주택 가치는 2.7% 올라, 전체 시장의 1.4%를 앞섰습니다. 북동부·중서부에서는 신축 자체가 사실상 고급 상품이라 구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공급을 잠그는 빗장이 한국은 정비사업 사이클과 분양가, 미국은 착공 감소와 금리로 다를 뿐, 새 공급이 끊긴 구간에서 완성된 상급 주택이 시장을 앞서 방어한다는 구조는 같습니다.
이 장면을 세 기둥과 보유 감당 문턱으로 나눠 보면, 같은 "신축 기대"라도 자리가 갈립니다.
첫째, 입지 내구성. 1군 브랜드가 양강으로 정리된 한강 라인은 한 번 더 만들기 어려운 좌표입니다. 공급이 정비사업 하나로 좁아질수록,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한 완성 신축의 희소성은 시간이 지킵니다. 거래가 마르는 시기에 가장 늦게 호가가 풀리는 쪽도 여기입니다.
둘째, 현재 실거주 가치. 다만 양강 구도의 수혜는 대부분 아직 지어지지 않은 미래 신축의 이야기입니다. 완성까지 길게는 십수 년, 그 사이의 거주 가치는 지금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이미 완성된 신축과 착공 전 단지를 같은 "신축"으로 묶으면 판단이 흐려집니다.
셋째, 미래 수요 동력. 5조 5,610억 원짜리 단지와 평당 8,500만 원 분양가 제안은 미래 신축의 기준선을 끌어올립니다. 이 기준선이 인접 권역으로 번지면, 한강 라인과 그 바깥의 거리는 한 번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가격 예측이 아니라, 수요가 어느 좌표로 모일 여지가 큰지를 구분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세 기둥 앞에 보유 감당 문턱이 있습니다. 미래 신축의 입지·미래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재건축은 분담금이라는 큰 유출을 동반합니다. 한 정비구역의 추정 분담금이 3억 원대에서 20억 원대까지 폭이 넓고, 입주 시점에 한 번에 납부하는 조건이 흔합니다. 좋은 좌표를 골라도 그 일시 납부를 감당할 자금 동선이 없으면, 자리는 가격이 아니라 보유에서 흔들립니다. 올해 공시가격이 강남3구에서 24.7% 오른 것까지 더하면, 보유비용의 분모는 한 번 더 커졌습니다.
최상급지의 값을 떠받치는 것은 수요만이 아니라, 새로 지을 통로가 좁아진 공급의 구조입니다. 다만 그 수혜가 이미 완성된 신축의 것인지, 십수 년 뒤 미래 신축의 것인지는 반드시 가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신축 기대" 안에서 완성 신축과 착공 전 단지의 가격이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정비사업 단계별로 분담금과 일시 납부의 시점이 어디에 몰리는지는 단지·단계별로 더 잘게 쪼개야 보입니다. 그 분해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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